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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 리뷰

퇴사자의 변명

by Asalia 2019. 10. 14.

지금 실직(?)을 한 지 약 한 달 반 정도 되어가니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압박과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압박, 와이프와 아이에게 미안함…. 이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가 왜…. 퇴사를 해야 했으나...왜 언제나 버티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퇴사를 거의 2달간 고민하고 결국에는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퇴사를 해야 했었나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퇴사를 한 곳은 흔히 말하는 금융권. 보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금융권 보안 관리자(담당자) 위치였습니다.


물론 1금융권은 아니고 2금융권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설명할 사항이 흔히들 사람들은 저축은행만을 2 금융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국민, 신한, 우리 등과 같은 메이저 금융사들이 1금융권이고 그 외에 생보사, 화재사 같은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은 2금융권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다음 회사를 구하지도 않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기변명을 해볼까 합니다.



1. 연봉과 계약 조건

사실 금융권이라고 하면 다들 연봉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회사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해당 회사에 합격 후 연봉 협상을 진행하는데 사실 연봉이 맞지 않았습니다. 기존 회사에서의 연봉보다 거의 1000만 원이라는 돈이 깎였는데도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느 곳이든 입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입사에 따른 계약서 작성 시 계약직이라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입사 후에 들어보니 근래에 입사한 사람들은 다들 1년 계약 후 정규직이었는데 저는 2년 계약 후 계약이었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부터 회사와 저의 관계가 어긋난 것 같습니다.




2. 회사의 분위기

처음 입사해서 사무실로 들어갈 때 느낌이 왠지 감옥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다들 표정과 행동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오후라면 다들 피곤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 것 같은데 월요일 아침 9시부터 다들 며칠은 철야한듯한 표정이었는데……. 그런 분위기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관련자분들께 인사를 하러 다니는데 다들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여기는 왜 이럴까 했는데 그것을 다닌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주위 평가

 저는 사실 어느 조직이든 환경이든 적응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언제나 충만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사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저에게 주위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일주일 동안 제가 한 것은 앉아서 회사 보안 정책을 본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진짜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래도 눈치 아닌 눈치도 보여서 가만히 앉아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가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저는 경력자이기도 하지만 해당 분야 및 회사는 처음이니 빨리 업무를 찾아서 하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처음 왔으니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근황도 물어보고 하면서 친하게 관계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먼저 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저는 굴러온 돌이기에 제가 적응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주일 만에 그런 평가를 받으니 충격이 아주 심했습니다.



4. 동료 및 팀장 평가

 동료 및 팀장님에 대한 평가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말투, 행동, 질문 모든 것이 동료 및 팀장님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질문한 것이 동료는 취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며, 의미 없이 한 행동과 말투가 동료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말과 행동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최대한 방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질문하려고 했지만 그런 행동도 동료들에게는 방해가 되었으며 그렇게 지속해서 거의 한 달간 저는 동료뿐만 아니라 팀장님에게 적응해가지 못하고 서로 힘들어하는 관계가 되어갔습니다. 



5. 업무

기존에 하던 업무는 담당자로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찾아서 하고 보고하고 결정해가는 약간은 자기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고 생각을 하고 여기서도 그렇게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라는 업무가 워낙 경우의 수가 많고 상황도 다양하다 보니. 어떤 이슈나 질문이 있을 때 바로바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팀장님 또한 크게 실망해 하셨으며, 나중에는 제 경력에 대해서 경력보다 업무를 너무 못한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업무를 잘한다는 생각보다 못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으로 거의 10년간 일해왔는데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하니 그때부터는 모든 업무, 상황 등 암흑으로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6. 건강

 이렇게 한 달간 좋지 못한 평가와 적응해 가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나는 이렇지 않은 사람인데..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자괴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업무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먹지 않아도 되는 약을 처방받기까지 했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과 급격하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은 상황도 발생하고 혹시나 배가 고파 밥을 먹게 되면 바로 배가 아파서 화장실로 가는 평소에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을 그 짧은 기간 동안 많이 겪었습니다.



7. 신뢰

 우선 저는 팀장님의 신뢰를 받지 못했습니다. 받으려고 저 나름 노력을 해보았지만 결국에는 모든 결과가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하던지 팀장님께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팀장님 또한 서서히 지쳐가시는 듯했습니다. 저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시고 좋은 말을 해주시려고 했지만 저는 그 당시 그런 모든 피드백이 저에게 약이 된다기보단 압박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팀장님께 말, 행동, 보고 등 모든 것을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보고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팀장님 또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물론, 이건 지금 와서 보니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이지 당시에는 저는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저에게 당시는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든 때였기 때문입니다.



8. 보고

 하루하루 이렇게 지쳐가고 힘들어 가는데 보고해야 하는 상황은 계속 늘었습니다. 그 중 결정적이었던 사건이 장시 실장님에게 보고하는 건이 있었습니다. 외부로 나가는 모든 문서에 대해서는 실장보고를 진행해야 했고 대면보고가 기본이었습니다. 대면보고가 된 이후 전자보고가 진행이 되는 약간은 이해가 가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그동안은 전자 보고로 진행이 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전자 보고에서 반려하고 문제점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는 그런 구조 였는데 이곳은 우선 모든 사항에 대해서 대면보고가 이루어지고 이후에 서면 보고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 대면 보고에서 저는 보고가 아닌 취조를 당해야 했습니다. 보고서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하나씩 보고를 드리는데, 결과에 대한 확인 등 모든 것이 저의 업무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들까지 이해하고 확인이 돼야 했었으며, 제가 다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보고를 위한 보고로 리소스를 많이 소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하면서 혼나기도 하고 취조를 당하면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한마디는 "나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너도 믿지 않는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보고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의문으로 시작하는 것은 틀리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신뢰로 결부시키는 순간 안 그래도 정신, 건강 등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던 순간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렸었습니다. 그 말 이후 저는 흔히 말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2차, 3차 보고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결국 보고를 받지 않으시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9. 소통

 소통에 대해서도 그 회사에 있으면서 누구와도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팀장님도 저에게 보고를 받는 것을 힘들어하셨으며, 동료들은 저와 대화는 하지만 소통을 하는 부분에서는 거부한다는 느낌이 강했고, 또한 위에서 말한 보고에 대해서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가 평소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퇴사 전 면담의 자리에서 위에서 말한 임원분이 저에게 소통에 대해서 너무 부족하다고 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분은 그 회사에서 제일 소통하기 힘들고 어려운 분으로 소문이 난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소통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지만 3개월 동안 제가 있으면서 느낀 점은 소통이라기보단 일방적인 꾸지람과 강요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이 저는 많은 핑계를 가지고 퇴사를 하기로 하게 되었고 결국 현재는 백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서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계속 있었다면 상황이 더 나빠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후회되는 부분은 그동안 제가 너무 경력에 대해서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많이 후회되고 있습니다. 이런글을 적은 이유는 저에게 퇴사에 대한 핑계를 만들고 싶었고, 추후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기록적인 의미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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